제92장

내가 아무리 단호하게 말해도 되돌아오는 것은 하지훈의 차가운 비웃음뿐이었다. “넌 정말 거짓말쟁이야. 도아영, 너 같은 사람은 진심으로 대할 가치가 없어.” 말을 마친 하지훈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순식간에 현관 계단 쪽으로 넘어졌고 이내 손바닥과 무릎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자 손바닥의 피부가 쓸려 피가 배어 나온 것이 보였다. 그러나 내 앞으로 다가온 하지훈은 서늘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냉혹하게 말했다. “네가 아직도 예전의 부잣집 아가씨라고 생각해? 잘 들어. 내게 널 죽이는 일은 개미 한 마리를 눌러 죽이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야.” 하지훈이 이토록 음산하고 시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짙은 살의와 독기가 넘실거렸다. 나는 몸을 덜덜 떨며 하지훈을 쳐다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순간, 나는 드디어 하지훈의 무서움을 완벽하게 체감했다. 아마 지금의 하지훈은 정말 나를 죽이고 싶은 것 같았다. 결국에 나는 하지훈이 가지고 노는 애인에 불과하니 그의 눈에 나는 애완동물보다 못한 존재일 것이다. 이런 생각에 나는 심장이 조여드는 것처럼 아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며 나는 다시는 하지훈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랑 같이 하씨 저택으로 가.” 하지훈은 차가운 이 한마디를 남기고 차로 향했다. 나는 무릎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하지훈은 나를 봐주려는 생각 없이 하씨 가문으로 데려가 모욕을 당하게 하려 했다. 하지훈은 이토록 나를 증오하고 있는데 전에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가 혹시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환상을 품었던 것이 우스웠다. 하지훈이 우리 집의 빚을 전부 갚아주고 기꺼이 내게 20억을 빌려준 데다 차까지 선물해 주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하지훈의 씀씀이가 큰 것이거나 기분이 좋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