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8장

마치 방금 나에게 애매한 문자를 보낸 사람이 하지훈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아첨하는 듯 웃었다. “괜찮아. 저녁에 돌아오는지 묻고 싶었어. 일찍 돌아온다면 식자재를 준비해 요리를 해줄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하지훈이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훈 오빠...”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전화기 너머에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분이 바로 하지훈이 좋아하는 여자인가? 그 여자와 함께 있단 말인가?’ “밥을 차려줄 필요 없어. 나는 이미 먹었으니 저녁에 나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아... 알았어...” 멍하니 대답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는 ‘뚜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훈이 전화를 끊었다. 아마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오늘 밤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나는 분명히 기뻐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피어올랐다. 번잡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나는 섹시한 롱스커트를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하지훈이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있다면 나는 그저 애인일 뿐이겠지. 어느 날 내가 싫어졌거나 아니면 복수해도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 하지훈은 나를 차버릴 거야.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생각을 아예 하면 안 돼.’ 이렇게 생각한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지금은 저녁 7시가 갓 넘은지라 클럽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조유라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는데 그녀는 3년 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조유라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조유라는 자신이 여장군처럼 부리부리한 용모라서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신과 같은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어 꼭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에게 시집갈 거라고 조유라가 말했었다. 내가 하지훈과 결혼할 때 조유라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걸렸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지금 하지훈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업가가 되었고 나는 하루 아침에 쓰레기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어휴.’ 파격적인 변화에 감개무량해졌다. 내가 다가가자 조유라는 급히 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영아, 돌아오자마자 너의 집 사정을 들었어. 괜찮아?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얘기해 봐.”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다 해결했어.” 조유라는 카드를 한 장 건네주며 안에 4억이 들어 있다며 먼저 쓰라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조유라도 부잣집 아가씨지만 악독한 계모가 있어 집에서의 생활도 그리 편치 않았는데 나는 그런 유라의 돈을 받을 수 없었다. 내가 단호히 거절하자 조유라는 강요하지 않았지만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하지훈이 너와 이혼했다며?” 나는 멍해졌다. 보아하니 하지훈이 이미 이혼 소식을 흘린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조유라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성공하자마자 너와 이혼하다니!”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웃으며 조유라의 등을 토닥거렸다. “내가 예전에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 이혼만 하고 복수하지 않으니 다행이야.” 하지훈이 나더러 애인 노릇을 하라고 한 사실을 조유라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소식을 알면 조유라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조유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만둬. 나도 하지훈이 별로였어. 오히려 헤어지는 게 속 시원할 거야.” 말을 하다가 조유라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너 아직도 하석훈을 좋아해?”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조유라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오늘 비행기에서 내릴 때 하석훈이 귀국하는 것을 보았어. 내가 불렀으니 곧 도착할 거야.” 나는 멍해졌다. ‘하석훈을 불렀다니.’ “아영아.”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