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조유라였다.
전화가 연결되자 흥분된 조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영아, 나 귀국했어!”
“정말?”
친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울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3년 전 조유라가 출국한 후 속심 말을 하거나 같이 쇼핑할 사람도 없었던 나는 무척외로웠고 또 친구가 그리웠다.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어. 먼저 돌아가서 잠시 휴식한 다음 저녁에 봐.”
“알았어.”
흥분해서 전화를 끊은 후 나는 갑자기 내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생각났다.
저녁에 나가려면 하지훈의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소통하기 어려운 그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관둬, 저녁에 다시 봐.’
시간은 빨리 지나갔고 깨어나 보니 어느덧 6시가 넘었다.
오영자에게 물어보니 하지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조유라는 이미 클럽 주소를 나에게 보내오며 클럽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조유라를 만나러 가려던 나는 갑자기 하지훈이 나가기 전에 준 경고가 생각났다.
이젠 나의 주인이 된 이 남자를 소홀히 대할 수 없어서 나는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한참 동안 뒤적거려서야 하지훈의 카톡을 찾았는데 돌이켜 보면 그 남자와 먼저 연락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순과의 채팅 화면은 거의 공백이었고 그저 친구 추가를 통과했다는 공식 알림만 있었다.
이 계정을 아직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는 고민하다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
놀랍게도 하지훈은 즉시 답장을 보냈는데 내용은 물음표뿐이었다.
물음표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또 답장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나는 카톡 속의 남자가 하지훈이 맞는지 의심을 했다.
고민 끝에 나는 또 한마디를 보냈다.
[하지훈?]
[응.]
‘맙소사!’
하지훈이였다.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어도 나의 카톡에 바로 답장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한가했을까?
[저녁에 친구랑 클럽에 놀러 가도 돼?]
대화창에 이 말을 적었지만 발송하기도 전에 나는 지워버렸다.
‘안돼. 하지훈이 내가 술집이나 클럽 같은 곳에 가는 것을 싫어했어.’
예전에 내가 놀러 가는 것을 막지 못했을 때 하지훈은 클럽에 따라와서는 나무처럼 밖에 서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 내가 클럽에 간다고 하면 나를 혼내줄 것이다.
고민하다가 나는 다시 물었다.
[언제쯤 돌아올 거야?]
그런 후 나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
[왜? 어젯밤에 부족했어? 또 하고 싶어?]
이 답을 본 나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착하고 온순해 보이던 하지훈이 욕망적이고 냉혹하게 변했다. 이젠 입만 열면 애매모호한 욕망에 담긴 말이 나오는 것 같았다.
어젯밤 하지훈의 점유욕을 떠올리며 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욕했다.
‘짐승 같은 놈!’
내가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할 때 하지훈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어휴.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어도 하지훈과 통화를 한 적이 없어. 우리는 부부가 아닌 것 같아.’
“왜 갑자기 저녁에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봐? 무슨 일 있어?”
진지하고 엄숙한 하지훈의 담담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