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그는 손에 든 담배를 비벼끄고는 나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키스했다.
흐리멍덩한 사이에 나는 옷이 다 벗겨진 채 푹신한 침대에 쓰러졌다...
밀려오는 고통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마음속으로는 언뜻 의혹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된 거지? 동창회 때 이미 했는데 왜 아직도...’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하지훈은 마치 무궁무진한 힘이 있는 것처럼 나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깨어났는데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시큰거리는 몸을 이끌고 일어서다가 나는 침대 위에 핏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머, 어떻게 된 거야? 처녀 몸을 이미 하지훈에게 주었는데 왜 아직도 피가 날까?’
마침 하지훈이 욕실에서 나오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리던 나는 멋쩍게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동창회 그날 밤에 우리 관계를 맺었어?”
“아니.”
남자의 태연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럼 왜 기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어?”
하지훈은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무심코 말했다.
“너와 내가 알몸으로 껴안고 있는데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내 가족과는 설명할 수 있었잖아. 만약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분명히 데릴사위로 오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거며 그러면 너도 굳이...”
“왜? 후회했어?”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온 하지훈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너는 후회되지 않아? 데릴사위가 되어 나의 괴롭힘을 받을뿐더러 첫사랑과 헤어져야 했는데.’
내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하지훈은 갑자기 수건을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머리 닦아 줘.”
“아, 그래...”
급히 수건을 건네받은 나는 무릎을 반쯤 꿇은 채 일어나 수건으로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저도 모르게 옛날이 생각났다.
예전에 나는 머리를 감은 후 말리기 귀찮아 수건으로 감싼 채 침대에 누웠다.
그는 볼 때마다 집요하게 나의 머리를 닦아주었고 또 드라이기로 말려주며 젖은 머리로 잠자리에 들면 머리가 아플 거라고 했다.
그때마다 나는 귀찮게 여기며 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하지훈은 오히려 못 들은 것처럼 번마다 참을성 있게 나를 대해주었다.
예전의 순하고 착했던 그를 떠올리다가 또 지금의 냉혹하고 음험한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 남자가 끔찍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속마음이 얼마나 깊었으면 내가 그토록 미웠으면서도 여전히 치욕을 참을 수 있었을까?
옷을 입은 하지훈은 소매의 단추를 채우며 나에게 말했다.
“여기저기 나다니지 말고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제대로 된 애인은 우선 주인의 말을 들어야 했던 나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침대 위의 핏자국을 다시 보자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어색하게 이불을 당겨서 가렸다.
하지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은 멋있어 보였다.
결혼한 3년 세월을 돌이켜보니 그는 항상 정욕이 없는 덤덤한 나무처럼 내 앞에서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지금 보니 그가 자신을 깊이 숨긴 것 같았다.
어젯밤에 너무 심하게 굴어서 아직도 다리가 나른한 나는 하지훈이 외출한 후 좀 더 자려고 했다.
하지만 눕자마자 휴대전화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발신자 표시를 본 나는 대뜸 온몸의 뻐근함이 가셔진 것처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