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장
그가 문을 당기는 것을 보고 나는 당황해졌다.
“하지훈!”
나는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훈은 머뭇거리다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는 깊이 숨을 쉬며 그의 앞에서 입고 있던 외투를 천천히 벗었다.
반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진 이 잠옷은 조유라와 쇼핑할 때 그녀가 꼬드겨 산 것인데 조유라는 빨간색을, 나는 검은 색을 샀다.
하지훈이 일이 있어 외출하고 집에 없을 때 이 옷을 처음 입었는데 그날 밤 어찌된 일인지 그는 갑자기 돌아왔다.
그날 밤 칠흑 같은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당장 먹어치울 것 같았던 그의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었고 그 후로 다시는 이 옷을 입지 않았다.
예전에 나는 그를 때리고 욕하며 온갖 비열한 짓을 했지만 그날 밤 그의 눈빛은 정말 무서웠다. 시꺼먼 눈동자로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봤는데 그때 나는 그의 이 눈빛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젠 그와 여러 번 살을 섞고 나니 나는 이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성적 욕망이다!
나에게 아직 욕망이 있다면 다행이다. 욕망마저 없다면 내가 18억을 빌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나는 하지훈의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18억을 빌려준다면 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남자의 두 눈에 꽉 찼던 욕망이 사라지더니 눈꼬리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피어났다.
“고귀하고 도도했던 도씨 가문 아가씨가 18억을 위해 이렇게 타락할 줄 생각지도 못했어.”
심장이 조여지면서 나는 칼에 살이 베이는 듯 아파났다.
존엄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돈이 없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나에게 있어 존엄은 사치였다.
나는 까치발을 하고 그의 입가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훈은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보았지만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갑자기 내 허리를 껴안으며 나를 억누르던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다른 남자가 18억을 빌려준다고 해도 이렇게 해줄 수 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설적인 문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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