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3장
익숙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
나는 급히 그의 팔을 붙잡고 서서히 몸을 세운 뒤 두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하지훈은 냉랭하게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바싹 마른 입술을 꼭 다문 채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막 자리에 앉자 하지훈이 다시 나왔는데 그가 한 일은 고청하에게 가그린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순간 가슴 한 켠에 씁쓸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날 보러 화장실에 온 건가 싶었는데 결국 또 고청하를 위해서였구나...’
나는 몸을 틀어 고개를 돌리고 속이 불편한 배를 감싸 안으며 기도했다. 비행기가 빨리 착륙하기를 말이다.
더 이상 그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기만 했다.
그때 승무원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요청하신 멀미약입니다.”
곧 하지훈은 나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저분께 주세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멀미약을 달라고 말 한 적이 없다.
게다가 내 증상은 멀미가 아니었고 배 속에 아이가 있어 함부로 약을 먹을 수도 없었다.
승무원이 멀미약을 내밀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필요 없어요.”
그러자 하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안 먹고 계속 여기서 토할 생각이야? 남들한테 민폐 끼치면서?”
순간 가슴이 미어져 오며 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걱정 마. 다시 토할 것 같으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갈 테니까. 두 사람 방해 안 해.”
나를 바라보는 하지훈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날카로웠다.
그와 시선을 마주치면 내 가슴은 쿡쿡 쑤셨다.
하지훈은 고청하가 멀미를 하니 온갖 다정한 말로 위로했지만 내가 단 두 번 토했을 뿐인데도 이내 불쾌해했다.
‘대체 날 왜 데려온 거야? 왜 날 이런 고통 속에 남겨두는 거야?’
승무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멀미약은...”
“필요 없습니다!”
“먹어!”
나와 하지훈이 동시에 말을 하자 승무원의 얼굴이 더욱 난감해졌다.
그때 고청하가 상냥한 척하며 말했다.
“아영 씨, 얼굴이 많이 창백해요. 얼른 멀미약을 먹는 게 좋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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