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장
‘육승현 이 자식! 말해놓고 또 안 지키네!’
하지훈은 반쯤 눈을 감고 차갑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짜증이 난 나는 시선을 돌렸지만 곧 고청하의 성가신 얼굴과 마주쳤다.
하여 잡지를 얼굴 위에 덮으며 생각했다.
‘이번 비행은 정말 힘들겠구나.’
다행히 비행기가 이륙하고 균일한 속도로 날기 시작하자 오히려 잠이 쏟아졌다.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던 나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다.
한창 잘 자고 있는데 고청하의 부드럽고 나약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와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깨어났다.
“지훈 오빠, 너무 힘들어. 나 좀 멀미하는 것 같아...”
“옆에 차 있으니까 좀 마셔.”
“지훈 오빠, 나 너무 추워. 여긴 왜 이렇게 춥지?”
“여기 담요. 내가 덮어 줄게.”
“지훈 오빠, 나 고소공포증이 좀 있어서 비행기 잘 안 타거든. 나 지금 너무... 무서워...”
“괜찮아. 내가 있잖아.”
“지훈 오빠...”
‘아 진짜 성가시게 구네!’
나는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몸을 틀어 의자에 몸을 움츠리고 옆에 있던 잡지를 들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다시 고청하의 가엾고 억울한 척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영 씨, 혹시... 내가 너무 시끄럽게 굴었어요?”
“알면 됐어요.”
나는 차갑게 대꾸했다.
역시나 하지훈은 곧바로 냉랭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분명히 고청하가 나를 방해한 건데... 난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뭘 잘못한 거지?’
그러나 고청하는 여전히 잔뜩 억울한 표정이었다.
“아영 씨, 미안해요.”
누가 보면 내가 그녀를 괴롭힌 것처럼 보일 게 뻔했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입을 닫으면 되니까.”
나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입 닫아야 할 사람은 너야.”
이때 하지훈이 갑자기 무심하게 말했다.
그의 차갑고 날카로운 말투에 나는 가슴이 조여와 아팠다.
눈가가 다시 시큰거리며 나는 잡지를 꽉 쥐고 그 뒤에 얼굴을 숨겼다.
“그러니까 애초에 날 데려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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