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장
하지훈의 감정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 보였다.
겨우 곽태준 쪽을 진정시켰는데 여기서 더 있다가는 또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나중에는 진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육승현은 상황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하지훈을 잡으려 했지만 하지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침묵 속에 혼자 밖으로 나갔다.
육승현은 한숨을 쉬며 서둘러 그를 따라 나갔다.
나도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당구대 가장자리를 붙들고 힘겹게 일어서자 곽태준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영 씨, 많이 약해 보이네요. 다리도 후들거리고. 혹시 어젯밤에 돌아가서 하 대표님한테 또 호되게 벌을 받으셨나 봐요?”
그가 말한 벌이라는 단어에는 묘하게 음란한 뉘앙스가 배어 있었다.
나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건 저랑 하 대표님만의 문제니까 곽 대표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곽태준은 담배를 털며 코웃음을 쳤다.
“하 대표님한테 참 충성스럽네요. 다만 지금 하 대표님은 어젯밤 아영 씨가 이미 나랑 잤다고 생각하던데, 과연 그런 아영 씨를 다시 받아들일까요?”
나는 고개를 숙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곽 대표님은 늘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시는 것 같네요. 저와 하 대표님은 이미 이혼한 사이라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러니 다시 받아줄지 따위의 문제도 애초에 성립하지 않죠. 오히려 곽 대표님 같은 분이 제 사생활을 염려해 주시니, 참 곤란하네요.”
곽태준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아영 씨 말에 뭔가 깊은 뜻이 담겨 있군요.”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나는 그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그때 등 뒤에서 그의 익살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내 말 기억해요, 아영 씨. 갈 곳이 없으면 언제든 내게 와요. 하 대표가 주지 못하는 것들도 내 마음에 들면 다 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명분 같은 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꾸했다.
“안타깝게도 제가 가장 관심 없는 게 그 허울뿐인 명분이에요.”
뒤에서 경호원의 분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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