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장

나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설핏 바라보고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하지훈이 갑자기 나를 거칠게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힘이 어찌나 강한지 내 머리가 단단한 그의 가슴팍에 세게 부딪혔다. 머리가 울리며 순간적으로 어지러워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나는 뛰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얼굴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 하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말했다. “어젯밤 곽태준이 너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여전히 그 일에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훈은 내 어깨를 꽉 움켜잡고 거의 광기에 휩싸인 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솔직히 말해. 곽태준이 널 덮쳤어? 그 자식이 정말로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라면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러니까 네가 뭘 겁내는지 나한테 말해 봐. 네가 자발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내가 곽태준 따위와 맞서 싸울 용기도 없을 정도로 그렇게 하찮아 보여?” “그만해!” 나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지금 상황을 좀 봐. 여긴 그 사람의 영역이야. 주위에 있는 사람도 전부 그 사람 편이야. 어제 별일 없이 끝난 거면 됐지, 왜 자꾸 이 일에 집착하냐고? 이 일을 무시하고 계속 원래대로 협상을 잘 마치면 안 돼? 네가 저 자식을 찾아가서 일 크게 만들면 결국 내가 나서서 수습해야 하는 거잖아. 하지훈, 너 언제부터 이렇게 충동적이고 유치하게 변했어?” 하지훈은 나를 노려보았다. 그 차가운 눈빛이 무서울 정도였다. 두려운 마음에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밀어낼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 눈에는 내가 늘 이렇게 한심하고 쓸모없는 놈으로 보였던 거지?” 또다시 그 소리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결혼 초기 몇 년을 제외하고 한 번도 너를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지금은 상황을 봐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이곳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