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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장

“성질이 더럽다니. 그만하면 너한테는 잘해준 거 아닌가?” ‘잘해줬다고?’ ‘밤새도록 날 괴롭히던 기억은 싹 다 지워졌나 보지?’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무 힘도 없는 비서인지라 그냥 참아보기로 했다. 하지훈은 계속 냉소를 지으며 불만 가득히 나를 쳐다보았고 사장님은 미안한지 옆에서 해명을 해주었다. “사실 뒷담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 아가씨랑 잘 해보고 싶으면 이렇게 엄숙해서야 되겠어요? 겁먹잖아요.” “저기요. 아니라니까요. 이분은 제 상사예요! 우리 대표님한테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시려고요.” 난 얼른 입을 다물라고 사장님한테 눈치를 줬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하지훈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그는 마른기침을 짓더니 사장님한테 물었다. “그래서 사진 찍으실 거예요?” “네! 찍어야죠.” 사장님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위치를 짚어주었다. “이쪽으로 서주세요.” 하지훈은 아무 말 없이 시키는 대로 걸어갔다. 출세한 뒤로 이렇게 부탁을 잘 들어주는 하지훈은 처음이었다. ‘오늘 뭐지?’ ‘기분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가게 사장님한테 유난히 너그러워 보였다. ‘사장님이 친척이라도 되는 건가?’ 하지훈의 이상한 행동에 말도 안 되는 추측을 하고 있을 때 하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리 와!”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하지훈 쪽으로 다가섰다. “대표님.” 그는 아무 대답 없이 나를 자기 옆으로 당겨 세웠다. ‘뭘 하자는 거지?’ 어리둥절했다. 그는 한쪽 팔을 내 어깨에 걸치면서 날품에 안는 시늉을 하고 사장님을 불렀다. “찍어요.” 사장님도 당황해서 얼굴을 구겼다. “홍보용으로 사진 두석장 찍으려고 한 건데... 커플 사진은 좀...” “찍을 거예요. 말 거예요?” 담담한 말투였지만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깨에 올려진 손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치울 수도 없었다. 사진을 가게에 걸어 홍보용으로 쓰고 싶다고 했는데 나까지 끌어들여서 뭘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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