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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장

아까도 일부러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한 게 분명했다. ‘근데 왜?’ ‘날 싫어하면서 왜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한 거지?’ ‘하필이면 연인 같은 자세로...’ 하지훈이 날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도 속으로는 다시 기대하게 된다. 앞에서 걸어가던 하지훈이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그려진 듯 예쁜 미간은 깊이 찌푸려졌고 아주 귀찮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훈의 표정을 보자 난 다시 말을 삼켰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렇게 귀찮은 표정을 지을 리가 없었다. 고청하를 대하는 것처럼 따스하고 사려 깊고 인내심이 넘치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 거니까. 괜히 이상한 물음을 던졌다 나만 창피할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내 말을 기다리다 인내심이 끊긴 하지훈은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언짢아하며 물었다. “왜? 왜 불렀는데?” 난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안 했다. “도아영, 할 말 있으며 바로 해. 숨기지 말고.” “없어...” 난 웃으주며 핑곗거리를 찾았다. “딱히 할 말은 없고 그냥 좀 천천히 걸어달라고. 따라잡기 힘들어.” 하지훈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촉감에 깜짝 놀라 난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하지훈은 힘줘서 손을 더 꼭 잡았다. “대표님, 이건...” “잡고 갈게. 네가 너무 느려서 그래.” 하지훈이랑 손을 잡고 얼음 궁전 입구 쪽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거봐, 혼자 김칫국이나 마시고.’ ‘손을 잡아준 것도 그저 시간을 아끼려고 한 거잖아.’ ‘아까 사진도 그냥 재미 삼아 찍어본 걸 거야.’ 얼음 궁전 안으로 들어왔지만, 하지훈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너무 이상한 사람이었다. 얼음 조각품을 보겠다고 얘기하고는 얼음 조각품을 보기는커녕 내 손을 잡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기만 했다. 오히려 내가 틈틈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궁전 중심부에 있는 휴식처까지 걸어오자, 하지훈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쉬고 있어. 밀크티 사 올게.” “밀크티 마시고 싶다고 한 적 없는데” 내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하지훈은 쌀쌀하게 말을 내뱉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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