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장
나는 온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급히 웃음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여보세요? 아영아, 왜 그래? 갑자기 왜 말이 없어졌어?”
“저기 오빠, 나 좀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하지훈이 문을 닫고 들어왔다.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어오더니 차가운 미소를 띠며 나에게 물었다.
“방금 누구랑 통화했기에 그렇게 신나게 웃고 있던 거야?”
솔직히 ‘너랑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아침에 그가 나를 공항에 버려두었을 때부터 속으로 분노와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방금 잠을 자고 나서 진정하니 그에게 화를 낸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지금 나와 그의 지위 차이는 너무도 크다. 나는 그저 그의 손안에 있는 하나의 장난감일 뿐이다. 장난감이 주인 앞에서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낼 수 있을까?
하지훈은 손가락만 움직여도 나를 없애버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은 그가 아직 내게 질리지 않았거나, 내 몸을 빌려 아이를 낳으려는 속셈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이 잔혹해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그에게 말했다.
“방금은 오빠랑 통화하고 있었어.”
하지훈은 나를 바라보며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는 작은 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오빠랑 사이가 정말 좋나 보네.”
“오빠는 어릴 때부터 나를 아껴 주고 보호해 줬으니까. 우리 관계가 좋은 건 당연한 거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그의 입가에 스친 옅은 비웃음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남매 사이가 좋다고 비웃는 걸 보니 하지훈은 정말이지 성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네가 오빠한테 줄 선물을 깼을 때 나한테 벌을 줬었지. 눈 오는 날 밤, 밤새 내내 밖에 서 있게 하는 벌 말이야.”
나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깊이 묻어두었던 기억이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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