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장
그때 익숙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들뜬 기색에 숨이 차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육승현이 흥분한 얼굴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마에는 땀이 가득했고 마치 매우 다급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여기 있었어?”
“너도 여기 있었다니?”
육승현이 답했다.
“난 계속 여기 있었어! 널 데리러 온 건데, 어디로 간 거야? 너 찾느라 진짜 애먹었어. 진짜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 너 못 찾았으면 지훈이한테 뭐라고 하냐고...”
“나를 데리러 왔다고? 왜 나한텐 말도 안 했어?”
나는 무표정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넌 나를 데리러 와놓고,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하고서 내 탓을 해?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그, 그건...”
육승현은 내가 하는 말에 완전히 막혀버린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는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내 잘못이야. 빨리 가자. 참, 네 전화번호 좀 알려줘. 저장해 둘게. 다음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서 연락할 수 있어야 하잖아.”
그는 나를 잡고 바깥으로 걸어가며 계속 무언가를 말했다. 나는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하지훈이 나를 이 공항에 남겨두고 떠난 일이 계속 맴돌았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밖은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
비록 맑은 날이었지만 바람은 아주 세게 불었다.
하지훈의 말이 맞았다. 이 도시는 강현시보다 더 많이 추웠다.
나는 오슬거리는 팔을 매만지며 묵묵히 육승현의 뒤를 따라갔다.
육승현은 하지훈의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먼저 만나 인사를 나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하지훈은 고청하만 데리고 갔다. 나는 이곳에 버려두고 말이다. 어리둥절하고 있던 나는 육승현이 나를 데리러 와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가 혼자 공항을 빠져나갈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고 육승현이 나를 못 찾을까 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그는 나를 싫어하니까.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참 불편해진다.
분명 같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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