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장
“지훈 오빠...”
바로 이때 고청하가 달려왔다.
고청하는 하지훈과 가까이 붙어있는 나를 보고선 흠칫 놀라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하지훈을 바라봤다.
“퇴근 안 해? 의사 선생님이 오늘 약 가지러 가야 한댔어. 지금 뭐 하는...”
하지훈은 단번에 나를 획 뿌리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꺼져.”
나는 다급하게 손을 뻗어 테이블을 잡고서야 중심을 유지했다.
‘꺼지라고? 나야 고맙지. 너랑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도 싫으니까.’
대표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다른 직원들은 이미 퇴근했는지 텅 비어있었다.
오직 장민지만이 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에 나오는 나를 보고선 황급히 달려와 물었다.
“아영 씨, 대표님이 뭐래요?”
“보고서 문제없대요. 그러니까 얼른 퇴근하고 아이 데리러 가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그럼 전 이만 퇴근해 볼게요. 아영 씨도 일찍 들어가요.”
서둘러 떠나는 장민지를 보며 나도 자리로 들어와 가방을 챙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 사무실에서 하지훈과 고청하가 나왔다.
고청하는 소리 높여 말했다.
“아영 씨, 저희도 퇴근할 건데 어느 방향으로 가세요? 같은 길이면 데려다 드릴게요.”
“필요 없어요.”
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고청하는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벙끗했으나 옆에 있던 하지훈이 단번에 잘랐다.
“가자.”
그들이 사무실을 나서는 걸 보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가방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에는 다들 집 가는 게 급한지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텅 빈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제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날도 빨리 어두워진다.
나는 피곤함에 지쳐 문에 기댄 채 멍하니 소파를 바라봤다.
동시에 어젯밤 하지훈이 소파에서 나를 괴롭혔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너무 언짢았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이제는 반항할 여지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일 아침 일찍 출장 가야 하니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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