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장
고청하가 언제 왔는지 하지훈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라운지에서 물소리가 들려왔고 나한테 문을 열어준 사람은 비서팀 팀장 이설아였다.
이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대뜸 고청하에게 아부를 떨었다.
“청하 씨, 오자마자 대표님의 위병을 치료하다니 정말 복덩이가 따로 없네요. 대표님께 폐만 끼치는 누군가와는 참 다르네요.”
이설아가 말하는 ‘누군가’는 아마도 나일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손에 있는 약을 꽉 쥐었다.
이때 고청하가 수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훈 오빠의 컨디션을 제가 제일 잘 알거든요. 평소에도 제가 준비한 약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어서 항상 따로 갖고 다녀요.”
“청하 씨가 이렇게 세심하니 대표님이 안 좋아할 수가 없겠네요.”
곧이어 하지훈이 라운지에서 나왔다.
방금 세수를 한 듯 잘생긴 얼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았고 이마의 머리카락도 젖어 있었다.
다행히 안색은 내가 봤을 때보다 확실히 많이 나아졌다.
하지훈이 나오자 고청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의자에 앉히고 애처롭게 바라봤다.
“오빠, 괜찮아?”
하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청하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난 오빠가 자주 먹는 약들을 따로 챙겨두거든. 내가 오늘 일찍 안 왔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야. 그리고 아프면 다른 사람 시켜서 약 좀 사 오라고 하지 왜 버티고 있었어.”
“아영 씨 요즘 한가하잖아. 그래도 오빠 전처인데 이렇게 아픈 걸 알면 분명히 걱정할 거야. 챙겨달라고 연락하지.”
“도아영?”
하지훈은 피식 웃고선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등뒤로 약을 숨기고 있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를 걱정하고 그를 위해 약까지 사온 나의 호의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머, 아영 씨. 언제 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고청하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