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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장

“그야 당연하죠. 청하 씨가 평범한 비서처럼 보여도 비서팀 실세라니까요. 청하 씨는 노크도 하지 않고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요. 제일 부러운 건, 대표님이 청하 씨한테만 엄청 친절해요. 한 번은 청하 씨가 대표실에서 쉬고 있을 때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대표님이 직접 한 시간이나 줄을 서서 사 왔다니까요.” “한 시간이나 줄은 선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하지훈은 그런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고청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장민지가 잠시 멍해 있다가 말했다. “다들 그렇게 전하더라고요. 두 사람 곧 결혼한다는 소문도 있어요. 그러니까 다들 청하 씨한테 잘 보이려고 안달이죠. 청하 씨는 저희 사모님이 될 사람이라고 해요.” 나는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소문이란 게 그냥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다들 이렇게 말한다면 아마 하지훈의 각종 행적이 사실일 지도 모른다. 하지훈이 나에게 보인 태도를 생각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쓴맛이 떠올랐다. 장민지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나를 힐끗 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깜빡했네요. 아영 씨도 대표님이랑 결혼한 적 있는데... 제가 아까 한 말은 그냥 흘려들어요. 저도 다 들은 얘기라서요, 네, 들은 얘기일 뿐이에요.” 장민지는 말을 마치고 어색하게 자리로 돌아가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슬플 것도 없었다. 하지훈이 고청하를 좋아한다는 걸 오늘 처음 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리로 돌아와 뭔가 일거리를 찾으려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자꾸 조금 전 하지훈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훈 괜찮을까? 전에 공사장에서 대표님한테 위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대표님이 하지훈이겠지? 그럼 아까 그건 위병인가?’ 하지만 이상했다. 결혼했던 3년 동안 그는 위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없던 병이 생겼을까? 그가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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