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장

고청하는 갑자기 하지훈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연기했다. “이러지 마. 아영 씨 말 틀리지 않았어. 나 때문에 이럴 필요 없어...” “청하 씨야말로 입 좀 다물어요! 이런 식으로 연기하는 거 역겹지도 않아요?!”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그녀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하지훈이 내 옷깃을 단단히 잡아채더니 벽으로 거칠게 밀쳤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입 닥치라고 했잖아. 왜 말 안 들어?” “내 입을 막겠으면 고청하 씨 입부터 막으라고 했잖아. 먼저 시작한 건 고청하 씨야! 근데 왜 내가 입을 다물어야 해! 왜!” 그 순간, 내 마음속 억울함이 극에 달했다. 목소리에 감정이 얽힌 채로 떨림이 섞여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훈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도 동정은커녕 비웃음만 받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읽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갔다. 물론 난 그 감정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 순간, 그와 고청하에 관한 모든 것이 싫었다. 억울함과 속상함을 억누르며 나는 냉랭하게 말했다. “나도 너희들이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솔직히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나 이제 갈 거니까 이거 놔!” 하지만 하지훈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큰 손은 여전히 내 옷깃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발로 그를 살짝 찼다. “놓으라고! 앞으로 네 첫사랑 이름은 입에 담지도 않을 테니까. 둘이 잘 살아. 아주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아. 나한테는 신경 쓰지 말고.” 내 옷깃을 잡은 하지훈의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나는 그의 냉랭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놓으라고!” “지훈 오빠...” 고청하가 부르자,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너도 조용히 있어!” 고청하는 순간 멈칫하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도 하지훈이 자신에게 화를 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