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장
마침 국물을 마시던 중이라 이 소리를 듣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에 머금은 걸 뿜을 뻔했다.
하지훈은 느긋하게 티슈를 한 장 건네주더니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닦았다.
“내가 어떻게 알아? 하여튼 임신한 적 없어.”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윽한 눈빛은 속마음까지 뚫어볼 기세였다.
“지난번에 병원에서 몰래 약을 처방받는 것 같던데...”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유산방지약이라는 걸 알아낸 건 아니겠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혀서.’
“설마 피임약이야?”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 뜬금없는 소리에 맥이 탁 풀렸다.
이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체력 회복에 좋은 영양제였어.”
“그런데 왜 아직 임신 안 했지?”
하지훈은 대답을 꼭 듣고 말겠다는 듯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런 질문이 여자에게 얼마나 민망한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임신해야 할 이유라도 있어?”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곧바로 착잡해졌고, 왠지 모르게 지워지지 않은 짙은 슬픔이 눈동자에 서려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문득 물었다.
“그럼 내 아이는 갖고 싶어?”
“그럴 리가.”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곧이어 하지훈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조금 전 울적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니 오로지 원망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할머니께서 증손주가 보고 싶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를 가지든 말든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이에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에 집착하는 이유가 김민정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애초에 내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만약 이미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날 가둬두고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빼앗아 갈 게 분명했다.
나는 몰래 양손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할머니가 그렇게 증손주를 안고 싶어 하시는데 청하 씨랑 낳아도 되지 않아?”
“그 입 닥쳐!”
남자는 갑자기 낮게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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