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3장
그제야 하지훈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싸늘한 눈빛으로 비아냥거리는 모습 때문에 괜스레 더 수치스러웠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네요. 먼저 가볼게요.”
그리고 캐리어를 끌고 가려는데 고청하가 다가와서 내 팔을 덥석 붙잡더니 신이 나서 말했다.
“오빠랑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인데 아영 씨도 같이 가요.”
“괜찮아요.”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걸음을 옮겼다.
이때, 또다시 선의를 베푸는 듯한 말투가 들려왔다.
“그럼 오빠한테 태워다 달라고 해요.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불편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다 잠시 멈칫하더니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참. 아직 발붙일 곳도 못 구했죠? 아니면 우리랑 같이 먼저 집 보러 갈래요?”
말을 마치고 나서 저벅저벅 걸어와 내 캐리어를 건네받으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걷잡을 수 없는 짜증과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이내 고청하의 손을 뿌리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괜찮다니까?”
‘짜증 유발자가 따로 없군.’
갑작스러운 고함에 고청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하지훈을 바라보았다.
실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하지훈의 눈빛은 싸늘하면서 오싹했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무표정한 남자를 향해 말했다.
“자꾸 날 귀찮게 굴잖아! 괜찮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거머리처럼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자신을 탓해야지. 이런 거짓 친절은 남자한테나 먹히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지?”
하지훈이 쌀쌀맞게 물었다.
나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무심하게 대답했다.
“말 그대로.”
“도아영!”
“오빠...”
고청하는 서둘러 하지훈을 달래주었고, 여전히 눈물을 머금은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해. 아영 씨는 그래도 한때 부잣집 출신이라 성격이 좀 유별나도 이해할 수 있어. 이게 다 내 탓이야. 괜히 눈치 없이 귀찮게 굴어서...”
“부잣집?”
하지훈은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직도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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