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장
하석훈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한 말에 의기양양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하! 남자의 쓸데없는 승부욕이란.’
난 테이블을 구석까지 겨우 옮겼고, 힘들어서 땀범벅이 된 채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싶었다.
그리고 기진맥진해서 의자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하지훈 일행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청하는 서류를 안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뒤를 따랐다.
심지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를 향해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나는 곧바로 눈을 흘겼다. 대체 뭐가 그리 잘났지?
하지만 숨을 돌리기도 전에 누군가 커피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프린트해달라는 둥, 심지어 책상 밑의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하석훈의 회사에서 잡일을 해본 적이 있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고, 단지 조금 지쳤을 뿐이다.
출근 첫날부터 직원들의 괴롭힘은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모든 잡다한 일은 전부 나한테 시켰고, 거의 노예를 부리는 것과 맞먹었다.
하지만 400만 원의 월급만 생각하면 꾹 참아냈다.
설령 하기 싫다고 해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하지훈은 굴욕감을 주려고 나를 채용했기에 저항은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퇴근 시간인 오후 5시 30분까지 겨우 버텼고, 저녁에 묵을 장소도 구해야 하는지라 칼같이 퇴근했다.
그리고 잠깐의 여유를 틈타 휴대폰으로 검색했다.
근처에 임대용 오피스텔이 꽤 많았다.
하지만 가격이 싸지 않았고, 월세가 100만 원에 보증금까지 필요했다. 다시 말해서 계약하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했다.
현재 가진 전 재산은 고작 200만 원이라 오피스텔에 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빌라에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으로 물색하기로 했다.
늦가을에 접어들자 날이 빠르게 저물었다.
캐리어를 끌고 회사를 나서는 순간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나는 입구에 서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저렴한 빌라를 찾을 수 있는지도 몰랐다.
결국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기사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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