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3장
하지훈은 혈액 검사실에서 검사 보고서를 받고 있었고 나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혈액검사실에 가서 피를 뽑았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딱 마주친 것이었다.
나는 하지훈을 보자마자 조건 반사로 도망쳐 버렸다.
나도 내가 왜 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속으로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날 밤에는 하지훈에게 해달라고 매달리기까지 했기에 그와 마주치는 게 다소 어색했다.
그러나 사흘간 혼수상태에 빠져서 밥을 굶은 탓인지 체력이 안 좋았다.
조금만 뛰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나는 한쪽 벽에 기대어 숨을 헐떡거렸다.
하지훈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었기에 바로 나를 따라잡았다.
그는 내 뒤에 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쳐 봐.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나 보자.”
나는 숨을 가다듬고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벽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
“우연이네.”
하지훈은 나를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호텔에 가만히 있지 않고 병원에 왔어?”
그는 약간 머뭇거렸고 말투는 약간 다급했다.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 머리가 좀 아프더라고... 열이 좀 나는 것 같아서 와봤어.”
하지훈은 눈치가 바르고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그에게 아기의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그는 갑자기 손을 뻗더니 내 이마를 만졌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피하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안색이 좀 어두워졌다.
“역시... 넌 항상 이런 식이지. 모르는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그의 목소리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보고서를 꼭 쥐고 등 뒤에 숨겼다.
사실 그날 밤에 나를 구해 준 건 하지훈이었다.
만약 그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아마 그때 끝났을지도 모른다.
비록 좀 심하게 굴 때가 많지만 나도 하지훈에게 잘해주진 않았으니 그래도 비슷한 셈이었다.
내가 그를 바라보며 뭐라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훈이 갑자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눈빛을 본 나는 왠지 모르게 당황스러워졌다.
나는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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