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9장

정순자는 내가 하지훈 쪽으로 기어가는 것을 보자 다시 한번 그 앞에서 나를 비난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가 입을 열 기회도 없이, 하지훈은 차갑게 한 발을 뻗어 그녀를 밀어냈다. “당장 꺼져.” 강재민은 그 광경에 놀라 급히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어머니 말이 다 사실이에요. 이 여자는 진짜 나쁜 여자예요. 남자 꼬셔서 돈 뜯어내는 게 전부예요. 저희는 그저 대표님께서 속을까 봐서 그런 거예요.” 하지훈은 그들의 말이라면 단 한마디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죽기 싫으면 당장 나가.” “대표님...” 정순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를 비난하며 하지훈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지만, 이미 겁에 질린 강재민은 다리가 후들거리며 어머니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엄마, 그만 가. 대표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 “그러면 이 년을 그냥 내버려두란 말이야? 얘가 뭐라고 대표님이랑 얽히는 거야.” “됐어. 대표님이 여기까지 오셨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 없어. 제발 더 큰 문제는 없길 바라야지...” 정순자와 강재민의 말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집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지는 대신, 내 몸에는 뜨거움과 불편함만이 남아 있었다. 온몸이 마치 수천 마리의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가렵고 답답했다. 하지훈이 천천히 내 앞에 다가와 무릎을 굽혔다. 그의 깊은 눈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 그는 풀어진 내 옷깃을 정리하며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봐봐, 네가 고르고 고른 남자가 저런 놈이었어. 네가 고른 남자라며? 그런데 왜 반항 한 거야? 응?”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의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몸의 고통 때문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하지훈은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의 손길이 지나가는 곳에 차가운 느낌이 들면서도 묘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손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