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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장

하석훈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서둘러 그를 막았다. “더 이상 말하지 마. 예전 일은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아.” 하석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상처받은 듯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마 그런 모습을 마주할 수 없었는지라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으니 말이다. 그때 하지훈이 다가오더니 나를 단번에 자신의 품에 안고는 하석훈을 향해 비웃으며 말했다. “뭐야? 내 여자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 “내 여자?” 하석훈은 미간을 찌푸렸고 하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면 뭐야?” 잠시 멈칫하더니 그는 나를 흘깃 내려다보고는 하석훈을 향해 냉소적으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줄 일은 없어.” “하지훈!” 하석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질 무렵 다행히도 도우미가 다가왔다. 도우미는 하지훈에게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어르신께서 사모님과 오늘 밤 여기서 쉬시라고 하셨어요. 이미 후원에 작은 별채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하지훈이 답하기도 전에 하석훈이 격분하여 도우미에게 말했다. “사모님? 여기 사모님이 어디 있어요? 두 사람 이미 이혼한 거 몰라요?” 그러자 도우미는 급히 사과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건 다 어르신의 뜻입니다. 저는 단지 어르신의 말을 전한 것뿐이에요.” 하석훈은 하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이미 아영이랑 이혼했으면서 왜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는 거지? 왜 아영이를 자유롭게 해주지 않고 왜 억지로 옆에 두고 있는 거냐고.” 하지훈은 눈을 내리깐 채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조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널 자유롭게 해주지 않고 억지로 붙잡아두고 있다는데... 맞아?” 비웃음 가득한 그의 눈빛을 보자 나는 가슴이 서늘해지며 한 번 더 아파왔다. 사실 처음부터 그가 나를 억지로 잡아둔 건 아니었다. 내가 먼저 하지훈에게 찾아가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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