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장
비록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가 이 집에서 겪은 일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석훈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 반면 하지훈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살아왔던 것이다.
왜냐하면 하지훈의 새엄마는 그가 하석훈보다 뛰어난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도우미는 나와 하지훈을 후원에 있는 작은 별채로 안내했다.
이층짜리 독립된 작은 별채는 꽤 조용했다.
하씨 가문이 워낙 복잡한 곳이라서 나는 연회가 끝나면 바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부디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작은 별채 내부는 단순하게 꾸며져 있었다.
1층은 거실이었고 2층에는 서재와 침실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훈은 나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서 조용히 말했다.
“여기는 내가 예전에 살던 곳이야.”
그러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덧붙였다.
“할머니가 나를 위해 이곳을 마련해 주셨지.”
나는 그의 뒷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소박한 별채마저도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했던 건가? 정말 이 하씨 가문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던 거야?’
만약 김민정이 이 별채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면 이 커다란 집에서조차 하지훈이 머물 곳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한 듯 하지훈은 갑자기 계단 중간에서 멈춰서 나를 돌아보았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난 불쌍하진 않아. 이 별채가 없었어도 방은 있었어.”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두 꿰뚫고 있잖아?’
그렇게 나는 하지훈을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은 크지 않았고 인테리어도 간소했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훈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더니 담배를 하나 피우며 나에게 말했다.
“피곤하면 씻고 자.”
사실 나도 꽤 피곤했다. 이미 시간이 자정을 넘었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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