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9화 주호준의 계획

'불쌍? 내가 왜 불쌍한데?' 윤슬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호준이랑 따지려고 하자 부시혁이 그녀 어깨를 안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그녀를 말렸다. 윤슬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부시혁도 마침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에 그는 뭐라 말하지 않고 그저 안심하고 모든 걸 자기한테 맡기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윤슬이 주호준의 말 때문에 화가 났다는 걸 진작 눈치챘다. 그녀를 말린 건 그녀가 주호준이랑 상대하다가 손해 볼까 봐 그런 것이었다. 아무래도 주호준은 그녀보다 경험이 많았기에 그녀가 손해 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이런 일은 차라리 그가 하는 게 나았다. 윤슬은 남자의 눈빛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조금 침착해졌다. 부시혁은 그녀의 감정변화를 느끼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녀 앞에 막아서며 주호준을 마주했다. 솔직히 중간에 서 있던 윤슬이 없어지자, 주호준은 부시혁의 압박을 직면해야 했다. 그 압박감은 처음보다 더 해졌다. 그에 주호준은 그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걸 약간 후회했다. "단풍이가 불쌍하다고 하시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부시혁은 주호준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부시혁의 눈빛에 주호준은 자기가 하찮은 개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순간 거대한 굴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연기를 잘하는 주호준은 그 굴욕을 억누르고 한숨을 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부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윤슬은 윤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잖아요. 무슨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윤강호가 이 아이를 입양했어요. 안 그럼 진작 죽었거나 고아원에 보내져서 평범한 삶을 살았겠죠." 아 말을 들은 윤슬은 화가 나서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 내 신분이 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라는 거야?' 주호준은 지금 윤슬한테 알려주고 있었다. 만약 운 좋게 윤강호한테 입양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저 고아일 뿐이었고 이렇게 좋은 삶도 누릴 수 없었다는 것을.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