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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결혼 날짜까지 정하다

부시혁의 신분 때문에 주호준은 감히 화를 내지도 못했다. "어차피 퇴근하는 거니까, 같이 타도 되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주호준은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기기 시작했다. 지금 싫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부시혁의 표정은 아주 어두웠다. 윤슬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지만 뭐라고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이건 고위층 전용 엘리베이터였다. 그녀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주호준은 탈 권리가 있었다. '괜찮아. 좀만 참으면 돼.' 엘리베이터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와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주호준도 순간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 압박감은 윤슬 때문이 아니었다. 반년 정도 회사를 다루긴 했지만 윤슬은 아직 젊었고 상업계에서 몇십 년을 겪어온 주호준 만한 기세도 없었다. 그래서 윤슬이 그에게 압박감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가 윤슬한테 압박감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는 세 사람이었다. 윤슬이 아니라면 주호준에게 이런 압박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부시혁 밖에 없었다. 주호준은 이렇게 생각하며 윤슬 옆에 서서 보호하는 자세로 그녀를 반쯤 안고 있는 부시혁을 쳐다보았다. 주호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나이는 작지만 그의 몸에서 흐르는 부위기는 상업계에서 몇십 년을 지낸 원로들마저 억누를 수가 있었다. "뭘 보시죠?" 주호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시혁이 갑자기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차갑고 냉정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주호준은 그의 눈빛에 얼어서 온몸을 떨었고 얼굴까지 창백해졌다. 하지만 여우는 역시 여우였다. 주호준은 곧 침착해지면서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부 대표님과 윤슬의 사이가 참 좋은 거 같아서요. SNS에 일어난 일, 너무 부러웠어요." "아름다운 감정을 부러워하는 것도 당연하죠." 부시혁을 덤덤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윤슬은 그저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말하지 않았다. 주호준은 시선을 내렸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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