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3화 제일 멍청한 여자

윤슬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부시혁은 그녀의 손목을 주물러주면서 가끔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의 감춰지지 않은 안쓰러운 눈빛을 보며 윤슬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 남자,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됐어요. 괜찮아요. 이젠 안 아파요." 윤슬은 계속 손에 입을 맞추려는 부시혁을 보고 여기가 경찰서라는 게 생각났다. 뒤에 그렇게 많은 경찰이 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다소 쑥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손을 빼내고 남자의 행동을 제지했다. 자기가 말리지 않으면 이 남자가 더 심한 행동을 할까 봐 두려웠다. 부시혁은 그녀를 잘 알기에 그녀가 왜 갑자기 손을 뺐는지 짐작이 갔다. 그래서 예리한 눈빛으로 경찰들을 한번 보았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는 윤슬을 존중하고 손을 놓아주었다. "내가 한 말 잊지 마. 앞으로 사람 때릴 때 다른 사람을 시켜. 혼자 나서지 말고. 아니면 도구를 사용하던가. 아프기도 하고 손까지 더럽히잖아." 남자가 이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제안하자 윤슬은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기억할게요." "응." 부시혁은 그제야 만족스러워했다. 이때 계속 어리둥절하던 소유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한쪽으로 돌려진 머리를 다시 똑바로 돌렸지만,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은 아직 내려놓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얼얼했고 귀가 먹먹했다. 이로 보아 방금 윤슬이 때린 뺨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그녀는 자기 얼굴이 어떻게 됐을지 짐작이 갔다. 틀림없이 부었을 것이다! 소유는 화끈 거리를 얼굴을 만지고 자기 앞에서 꽁냥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두 눈의 악의가 막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악마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감히 날 때려?" 그녀가 크게 소리쳤다. 윤슬과 부시혁은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부시혁은 두 눈을 가늘게 떴고 그 눈빛에 담긴 한기와 살기는 사람을 얼어버리게 했다. 하지만 지금 소유는 눈에는 윤슬밖에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