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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그들의 감정을 얕보다

윤슬의 머릿속에는 순간 이 말이 스쳐 지났다. 그리고 이 말이 지금의 부시혁과 그녀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윤슬도 알고 있다. 부시혁이 그녀를 유혹하려고 일부러 이런 모습을 보인 게 아니라 정말 매워서 그랬다는 걸. 그는 거의 매운 음식을 먹지 않아서 조금만 매워도 감당이 안 되었다. 더구나 후난 요리는 무진장하게 매웠다. 그렇기에 부시혁은 정말 매워서 이런 연약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윤슬은 늘 그의 남성적인 멋진 모습만 봤지, 이런 부서질 듯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지금 그의 몸에서 괴롭힘을 당한 그런 연약한 아름다움이 보였다. 부시혁이 너무 매워서 괴로워하자, 윤슬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랐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얼음을 가져와 넣어주었다. "자, 냉수 좀 마시면 괜찮아질 거예요." 윤슬은 얼음을 넣은 물을 들고 소파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컵을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는 손을 내리고 여전히 빨간 두 눈을 드러냈다. 그리고 촉촉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어 컵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남자가 물을 마시면서 움직이는 목젖을 보자 윤슬의 빨간 입술이 움찔했다. 그녀는 무슨 느낌인지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짓을 하는 건 남자를 유혹하는 거랑 다름이 없었다. 만약 그녀에게 유혹된 남자가 여기서 난리를 치면 어쩌겠는가? '그러니까 만지면 안 돼. 안돼.' 윤슬은 연신 고개를 흔들며 머릿속에 필요 없는 야한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남자의 목젖에서 눈을 떼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자가 물을 다 마시자, 윤슬은 빈 컵을 받고 티슈 두 장을 뽑아 이마의 땀을 닦아주었다. "괜찮아요?" 부시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목소리까지 허스키해졌다.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그의 호흡이 조금 평온해지긴 했다. 윤슬은 티슈를 버리고 말했다. "매운 걸 못 먹으면 손대지 마요. 방금 당신……." 여기까지 말한 윤슬은 매워서 빨개진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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