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화 머리채
파일을 펼치던 부시혁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내가 평소에 유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순종에 가까웠지.”
임이한의 대답에 부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내 대답 마음에 안 들어?”
팔짱을 낀 임이한의 질문에 부시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니야.”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임이한의 말을 차마 부정할 수 없어서였다.
지금까지 고유나에게 그는 말 그대로 순종, 복종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얼굴을 찌푸리고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여전히 잡아떼는 부시혁의 모습에 임이한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너 교통사고 이후로 많이 바뀐 거 알아? 특히 유나 씨한테 대하는 태도 말이야. 두 사람 싸웠어? 왜 갑자기 그렇게 차갑게 굴어?”
펜을 들어 파일에 멋지게 사인을 휘갈긴 부시혁이 대답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지금까지 유나한테 한 행동들, 정말 유나를 위한 게 맞는 걸까 싶어서.”
“그래서 안 만나는 거라고?”
새로운 파일을 펼친 부시혁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고유나에 대한 부시혁의 감정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게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고유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부시혁이 고유나를 만나는 걸 거부하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분명 더 이상 고유나에게 사적인 감정이 없음에도 그녀를 마주하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자신이 싫어서였다.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달려들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고유나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이성과 달리 움직이는 마음이 부시혁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
특히 그저께, 병실 유리로 고유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붉게 변한 고유나의 눈망울에 다시 마음에 약해져 고유나를 병실로 들일 뻔한 부시혁이었다.
물론, 그가 그렇게 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나타나 고유나를 쫓아내버렸지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유나가 자리를 뜨니 방금 전 느꼈던 애틋함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방금 전 느꼈던 감정이 꿈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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