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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원수

윤슬의 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었다. 부시혁은 말하지 않았지만, 윤슬과 같은 눈빛으로 노부인을 쳐다보았다. 마찬가지로 마시기 싫은 모양이었다. 물론 배부른 것 외에 부시혁은 이 보탕이 너무 징그럽다고 느껴졌다. 심지어 이게 보탕이 아니라, 무슨 가마솥을 씻은 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돼. 꼭 마셔야 해.” 노부인은 웃음을 거두고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이건 너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배부르면 천천히 마셔도 돼. 아무튼 꼭 먹어야 하는 거야.” 장씨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몸에 좋은 거니까, 드세요.” “보탕이 안 좋다고 의심하는 게 아니라, 왜 갑자기 이걸 준비하신 거예요?” 윤슬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부시혁도 그게 궁금했다. 그러자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 “너희 둘이 어젯밤에 너무 과하게 해서 그런 거 아니야. 젊은 사람들이 주체가 안 돼서 그런 것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절제할 줄 알아야지. 젊다고 지금 함부로 하면 나중에 어떡하려고. 너희들이 신경 안 쓰니까, 어른인 내가 챙겨줘야지. 그래서 몸보신 좀 하라고 이 보탕을 준비한 거야.” 이 말이 나오자, 윤슬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고 온몸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이 일이 이미 지나간 줄 알았다. 그래서 노부인과 장씨 아주머니도 더 이상 자기를 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어르신은 윤슬과 부시혁의 건강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탕까지 준비해서 꼭 마시라고 재촉했다. 그릇을 들고 있던 윤슬은 고개를 푹 숙이고 난감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부시혁도 입꼬리가 움찔했다. 방금 노부인에게 이런 일을 얘기하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 노부인은 확실히 장난을 치지 않았지만 결국 몸보신 때문에 이 얘기가 나올 줄 생각 못했다. 부시혁은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윤슬을 쳐다보았다. ‘이번엔 내 잘못 아니다. 할머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보탕이 기다리고 있을 줄 생각 못했어. 그리고 이 보탕…….’ 부시혁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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