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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큰 화를 초래할 뻔했다

부시혁은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똑똑함은 비즈니스 한정이었고 남녀사랑 쪽은 조금 무디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적어도 윤슬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만큼 예리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조언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육재원이 박 비서를 좋아하고 있음을 바로 눈치챘고 심지어 얘기해버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분석할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윤슬은 죽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 윤슬이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인식하자 부시혁은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요즘 책을 좀 찾아봤어, 그래서 육재원이 당신 비서를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어.” “책? 무슨 책이 그렇게 신통하대요?” 윤슬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에 관한 책이지.” 부시혁은 핸들을 다시 잡고 말했다. “뜬금없이 왜 갑자기 그런 책을 찾아봤어요?” 윤슬은 눈썹을 치켜세웠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부시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처음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날에 미팅 끝나고 나오는데 여직원들이 얘기하는 거 들었어. 로맨틱한 남자를 좋아하는데 자기 남편이 하도 무뚝뚝해서 조금 싫증 난다고.” 이 말을 들은 윤슬은 바로 뭔가를 깨닫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그래서 시혁 씨는 나도 그 여직원들처럼 낭만을 모르는 남자를 싫어할까 봐 걱정돼서 그 책들을 찾아본 거예요? 로맨틱해지려고?” 부시혁의 귀 끝이 살짝 빨개졌다. 하지만 그는 애써 침착한 척을 유지하며 앞만 바라봤다. “아닌데.” 다만 목소리가 살짝 떨릴 때부터 거짓말은 이미 다 들통났다. 윤슬은 입술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됐어요, 너무 뻔해요. 당신 언제부터 이렇게 불안해진 거예요?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요.” 부시혁은 윤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잃어버린 느낌을 아니까 더 두려운 법이야.” 이 세상에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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