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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날 믿어줘

부시혁의 음침한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웠고, 보는 사람마저 마음 졸이게 했다. 만약 육재원이 말하지 않았다면 부시혁은 정말 이 일을 몰랐을 것이다. 물론 육재원이 거짓말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시혁이 원하기만 하면 당장 조사할 수 있는 일이니까. 육재원의 당당한 태도를 보니 아마 전부 사실일 것이다. 부시혁은 류덕화와 류은미가 안 본 몇 년간에 달라진 줄 알았는데 그들은 사실 8년 전에 이미 달라졌다. 아니, 어쩌면 달라진 게 아닐지도 몰랐다. 그들은 늘 그런 사람이었고 다만 부시혁 앞에서 티를 내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래서 부시혁은 그들의 실제 성격이 이렇게 추악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미안.” 부시혁은 윤슬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이 손녀를 아끼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 몰랐어. 심지어 내 이름을 빌려 그런 짓까지 하다니.” 하지만 윤슬은 시선을 내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육재원이 부시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봐. 부시혁도 유덕화가 생각 없이 손녀를 아낀다는 걸 인정했잖아. 만약 부시혁이 기어코 이 일을 따진다면 그 늙은이가 가만있을 리가 없지. 틀림없이 자기 선생의 신분을 내세워서 그냥 넘어가자고 할 거야. 류은미도 자기 할아버지 성격을 잘 아니까, 이렇게 겁 없이 날뛰는 거고.” “재원이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윤슬은 얼굴을 한번 비볐다. “류은미 씨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아끼는 것도, 자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아니까, 이렇게 겁 없이 행동하는 거예요. 물론, 이번에도 그렇고요. 당신의 선생님도 아마 류은미 씨를 용서해 달라고 나설 거예요. 시혁 씨…….” “용서하지 않을 거야.” 부시혁이 바로 대답했다. 윤슬은 속으로 기뻐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걱정되었다. “만약에 류은미 씨를 용서해 달라고 선생님이 끝까지 부탁한다면요? 아무래도 당신 선생님이시고 당신이 존경하는 분인데, 당신이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면 당신이 배은망덕하다고 욕할 거예요.” 부시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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