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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드디어 만나다

“이런 상황에서나 쓸모 있겠지.” 부시혁은 얇은 입술을 벌리고 성준영을 평가했다. 장 비서는 안경을 한번 밀어 올렸다. “만약 성준영 씨가 이 말을 들으면, 아마 화를 내실 거예요.” “내가 성준영을 무서워할까 봐?” 부시혁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장 비서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오해에요, 대표님. 전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럼 닥쳐.” 부시혁은 이마를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 장 비서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입에 지퍼를 닫는 동작을 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스위트 룸 안에. 이 비서는 빠른 걸음으로 영상실로 걸어갔다. 그리고 노크도 없이 바로 문을 열었다. 어두컴컴한 영상실 안에는 영화를 재생하고 있는 스크린만 빛이 나고 있었다. 그 영화는 옛날의 흑백 영화였는데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삐그덕거리는 음악 소리가 어두컴컴한 영상실을 무섭게 만들었다. 그리고 소성은 검은 양복을 입고 영상실 중간에 놓인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는 눈을 살짝 감고 머리를 흔들며 영화에서 전해져 오는 음악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었다. 이 비서는 스크린을 한번 쳐다보고 또 어두운 방 안을 훑어보며 소성에게 걸어갔다. 이런 장면을 자주 보는 이 비서지만 여전히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비서는 겁이 없는 사람인데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바로 귀신이었다. 원래 어두운 영상실에 이런 괴이한 흑백 영화를 틀고 섬뜩한 음악까지 들리니 분위기가 너무나도 오싹했다. “사장님.” 이 비서는 간신히 소성 앞으로 걸어가서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소성은 음악에 심취해서 흔들고 있던 머리를 멈추고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위험한 눈빛으로 이 비서를 쳐다보았다. 소성은 자기의 영화 감상을 방해한 이 비서의 행동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지?” 소성은 옆에 놓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이 비서에게 물었다. 소성의 분노는 가라앉긴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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