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진영은 입꼬리를 끌었다. 도무지 그녀의 호칭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근데, 그 앞잡이도 그쪽보단 못생겼어. 그 앞잡이는 늘 얼굴을 이렇게 굳히고 있거든.”
전아영은 아예 진영을 따라하기 까지 했다. 진영은 그런 전아영을 질질 끌어서 차에 앉혔다. 그러자 전아영은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어이, 오빠. 좀 괜찮게 생겼네, 누나가 먹여살려줄까?”
진영이 막 거절하려는데 전아영이 한 마디 덧붙였다.
“이 누나가 강아지 키우는 덴 전문이거든. 지난 번에도 아주 포동포동하게 잘 키웠어…”
“…”
진영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서정희는 이런 곳에서 염정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빠르게 불안함을 누른 채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아영이…”
염정훈은 담뱃불을 지져 끄며 또박또박 말했다.
“진영이가 집까지 바래다줄거야.”
진영의 인품은 딱히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자신과 염정훈이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염정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작은 눈꽃들이 부드럽게 그의 곁에서 휘날리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는 화면이었다. 염정훈이 서정희를 보며 말을 건넸다.
“얘기 좀 할까?”
하지만 서정희는 그에게 눈길 한 번 건네지 않았다.
“염정훈 씨, 나 요즘 되게 얌전했는데. 다른 이성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선배는 아예 연락처도 삭제했고, 모기도 수컷이라면 아주 멀찍이 피해다녔었는데.”
“그래서 나도 삭제한 거야?”
염정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전화는 안 삭제했어. 여전히 부르면 바로 갈 수 있어.”
“서정희.”
“배웅은 됐어, 염정훈 씨. 부른 차가 왔거든.”
서정희가 도망치듯 차에 타 막 문을 닫으려는데 남자의 손이 차 안으로 뻗어졌다. 손목에는 15억짜리 시계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키가 아주 큰 염정훈이 차 옆에 우뚝 서 있자 등 뒤의 가로등 불빛이 가로 막혔다.
흩날리는 눈꽃이 가로등 아래서 홀연히 흩날리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어깨며 머리에 두껍게 쌓였다.
긴 팔을 차문 쪽에 끼운 염정훈의 강렬한 아우라가 서정희를 덮쳤다.
칠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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