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5장

방금 그친 진아영의 두 눈에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희야, 나 진짜 이러다 평생 울기만 할 것 같아. 나 한 번만 안아줘.” 서정희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처음 만났던 날, 내가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안 했던 거고, 오늘은 정훈 씨의 부탁을 받고 나를 찾으러 온 거 아니야? 내가 위험할까 봐.” “바보야, 진작부터 짐작하고 있었으면서 왜 온 거야?” 서정희는 천천히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진아영보다 어리지만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에 생각은 훨씬 성숙했다. 그녀는 마치 큰언니처럼 진아영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나도 너를 구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고.” 진아영은 며칠 전, 염정훈을 통해 서정희가 자기를 구하기 위해 한 일을 전해 들었다. 서정희는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진아영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 계속 연락이 안 되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 차연준을 언급하자 진아영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다 내 잘못이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줄 알았어. 그런데 다른 사람 손에 놀아나는 장난감일 줄 어찌 알았겠어.” 서정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닐 거야. 단지 그 사람에게는 지위, 미래가 더 중요한 거겠지. 그런 신분의 사람들은 집안이 맞는 배우자를 만나길 원해. 사랑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맞아, 처음에 나에게 그렇게 말했거든. 집안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거라고. 나와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해 줄 거라고. 아내 자리만 빼고 뭐든 다 줄 수 있다고 했어. 나 진아영이 아무리 돈을 좋아해도 남의 집안의 내연녀가 될 필요는 없잖아?” “배 속의 아기는 어떻게 된 거야?” 그 말에 진아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래부터 그 사람의 결혼을 깨뜨릴 생각은 없었어. 진작 사직서도 제출했고. 지난 몇 년 동안 세일즈로 일하면서 돈도 꽤 많이 벌었어. 게다가 나는 원래부터 돈을 함부로 쓰지 않다 보니 꽤 많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