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4장
지한이가 없어도 서정희와 해경은 재미있게 놀았다. 해경은 민경이보다 언어가 빨리 발달해 한두 마디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두 모자는 사이좋게 지냈다. 서정희는 아이의 순수한 미소를 보며 저도 모르게 앞날을 기약하기 시작했다.
이때 진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서정희는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진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희야, 나 좀 구해줘.”
“아영아, 무슨 일이야?”
서정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하자면 복잡해. 만나서 얘기해.”
“그런데...”
진아영은 다그쳐 물었다.
“왜? 움직이기 불편한 거야? 그런데 내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진아영의 애잔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서정희는 누구보다 진아영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는 가족도 없었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 방금 유산했으니 몸이 가장 허약할 때이다.
자신을 돌보던 진아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민하던 서정희는 이내 대답했다.
“지금 어디야? 내가 그쪽으로 갈게.”
차연준의 집에서 탈출한 진아영은 새로운 위치를 서정희에게 보냈다. 서정희는 밖에 주차된 지프차를 힐끗 바라봤다. 조금 낡기는 했지만 운전은 할 수 있었다.
서정희는 지한에게 편지와 연락처를 남기고 해경을 데리고 떠났다.
진아영이 얼마나 힘들지 서정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비바람을 맞아봤기에 다른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었다.
다시 만난 진아영은 화장기 없이 창백했다. 예전보다 많이 야위었고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었다.
“정희야, 드디어 왔네.”
서정희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진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파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제 울지 마. 내가 왔잖아.”
진아영은 서정희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지난번에는 참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감정이 폭발한 듯했다.
진아영은 한 시간 넘게 차연준의 흉을 봤다. 서정희가 입을 틀어막지 않았더라면 침대에서 뒤척인 시간까지 털어놓았을 것이다.
다행히 옆에서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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