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6장

염정훈은 서정희가 돌아오자마자 진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줄 몰랐다. “정희가 만나자고 해요.” 염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알아챌 줄 알았어.” 눈 내리는 저녁, 서정희는 다시 염정훈을 만났다. 가짜 죽음 이후, 서정희는 줄곧 언론 뉴스를 통해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가까이 보고 나서야 많이 야위었음을 발견했다. 검은색 양털 코트를 입은 염정훈은 차에 기댄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머리 위에 흰 눈이 쌓였다. 서정희는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왜 차 안에서 기다리지 않고?” 염정훈은 그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몰랐다. 상태와 기분은 비교적 안정적인 것 같아 보였다. 마른 입술을 핥은 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정희를 보며 말했다. “너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었지만 서정희가 싫어할까 봐 자리에 선 채 쩔쩔매고 있었다. “타, 얘기 좀 해.” “응.” 염정훈은 부랴부랴 조수석의 문을 잡아당겼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여기까지 직접 운전해 왔다. 차에 탄 염정훈은 서정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시동을 걸지 않고 있었다. 모든 주도권은 서정희가 쥐고 있다. “밥 먹었어?” “아니, 전화를 받고 바로 왔어.” “나도 안 먹었는데 우리 명월선으로 갈까?” 염정훈은 얼른 전화를 걸어 자리를 예약했다. 명월선은 예전에 두 사람이 자주 가던 레스토랑이었다. 염정훈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차를 후진했다. 서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차 안이 조용해지자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염정훈은 서정희가 좋아했던 [운명]이라는 노래를 틀었다. 가사는 지금 두 사람의 현재 모습과 똑같았다. 염정훈은 천천히 운전했고 노래를 듣는 서정희는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노래 가사의 마지막 구절인 ‘너를 잊고 싶은데 불가능할 것 같아, 너는 오늘도 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아프게 해’는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언제 알았어?” 서정희가 묻자 염정훈은 사실대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