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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장

뒷짐을 진 염정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아마 민경이뿐만이 아니라 정희까지 데리고 갈 거야. 정희는 항상 나를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 “그럼 어떡할까요? 당장 가서 막을까요? 진짜로 사모님을 어딘가 데려간다면 찾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지한은 원래부터 숨어 사는 사람이다. 어두운 구석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염정훈이 이걸 어찌 모르겠는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골치가 아팠다. 염정훈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를 서정희는 평생을 거쳐 치유해야 했다. 만약 그녀를 억지로 데려온다면 트라우마만 더 커질 뿐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염정훈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양보였다. 만약 서정희를 볼 수 없고 생사도 알지 못하면 일분일초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돌아오게 해도 우리가 직접 나설 수는 없어.” “사모님은 돌아오실 생각이 없어요. 억지로 데려오지 않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정희가 가장 신경 쓰는 게 뭐야?” 진영은 바로 대답했다. “아가씨와 도련님이 사모님의 전부입니다. 아가씨를 어떻게 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요. 그렇다고 일부러 아가씨를 납치할 수는 없잖아요? 나중에 혹시라도 알게 되면 분명 크게 화를 낼 거예요.” 염정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한 명 더 있어. 진아영.” “그렇네요. 사모님에게는 가족이 없어요. 차안심이 죽고 나서 단짝 친구 진아영밖에 남지 않았고요. 사모님에게는 모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에요.” “요 며칠 정희는 진아영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어. 진아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겠지?” 그러나 진영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진아영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떡하죠? 진아영은 아무래도 사모님 편이니까요.” “협조를 안 하면 협조하게 만들어야지.” 염정훈의 눈에는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났다. 서정희만 아니면 그 누구든 상처를 줄 수 있었다. “진아영은 성격이 워낙 독해서 잘 못 하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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