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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장

지한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저기 앞 좀 봐요. 뭐가 보여요?”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간 서정희는 벼랑 끝에 다다랐다. 숲 뒤로 산들이 첩첩이 쌓여 있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설산이 웅장하게 보였다. “자유.” “맞아요, 이 골짜기를 지나 앞으로 가면 정희 씨를 기다리는 것은 자유예요.” 하지만 그동안 염정훈이 그녀의 모든 것을 저지하고 있었다. 서정희는 이제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시 붙잡혀 끝없는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질까 봐 두려웠다. “아직도 걱정돼요?” 서정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냥... 두려워요” “뭐가 두려운데요?” “또 한 번의 실패로 지한 씨에게 누를 끼칠까 봐 두려워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요. 눈만 감으면 안심 언니가 죽던 장면이 떠올라요.” 지한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려워할 거 없어요.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어요. 다 견뎌냈고요. 현실에 머물러 있지만 말고 앞을 내다봐요. 정희 씨도 예전과 같은 날들 두 번 다시 살고 싶지 않잖아요.” “네, 절대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변할 거예요. 변하고 싶어요. 더 강해질 거예요. 그래서 안심 언니의 복수를 꼭 하고 말 거예요.” 서정희는 손을 뻗어 내리는 눈송이를 잡았다. 눈송이는 그녀의 손에서 금세 물방울로 변했다. 눈송이는 땅에 닿으면 사라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구름 속에서 수천수만 개의 눈송이를 생성해 바닥으로 떨어진다. 녹을까 봐 두려워하는 눈송이는 하나도 없다. “지한 씨, 저를 데리고 떠나 줘요.” “좋아요, 하지만 저에게 며칠만 시간을 줘요.” “그리고 민경이, 민경이도 데려와야겠어요.” “그건 나에게 맡겨요. 범이더러 데려오라고 하면 돼요. 내가 올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에 있어요. 3일 후에 여기를 떠날 거니까.” “알겠어요.” 지한은 무기를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어떻게 쓰는지 기억하죠?” “네, 기억나요.” “호신용으로 갖고 있어요. 여기 통나무 집 뒤에 제가 판 동굴이 있으니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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