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0장
하룻밤은 빨리 지나갔다. 추운 방안에서 이불 한 벌로는 확실히 너무 추웠다.
서정희는 잠이 안 올 줄 알았다. 그러나 아기를 안자 이상하게도 금방 잠이 들었다.
해경은 꼭 마치 작은 난로처럼 그녀의 품에 찰싹 달라붙어 끊임없는 따뜻함을 선사했다.
서정희는 드넓은 초원에서 두 아이를 이끌고 자유롭게 달리는 꿈을 꿨다.
염정훈이 길 끝에 서서 그녀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희야...”
서정희는 눈을 번쩍 떴다. 날은 이미 밝았고 지한은 방에 없었다.
커튼이 없어 창밖이 한눈에 보였다. 밤새도록 그치지 않은 폭설 때문에 바깥은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해경의 옆에서 천천히 일어난 서정희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한기가 몰려왔다.
지금까지 많은 설경을 봤지만 눈앞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예쁘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색이 천지를 감싸고 있었다. 꼭 마치 모든 때를 씻어내고 깨끗한 하얀 눈만 남기듯 말이다.
두껍게 쌓인 눈 위에 작은 동물이 밟은 것 같은 발자국이 한 줄 그려져 있었다. 나무 위에서 고개를 내민 두 다람쥐는 서정희를 보고 바로 도망쳤다.
겨울 공기는 매우 차가웠지만 아주 싱그러웠다.
주위를 둘러보고 온 지한은 문 옆에 기대어 있는 서정희를 발견했다.
모자를 쓰지 않은 그녀는 1센치 안 되는 짧은 머리카락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젯밤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지한은 오늘 보고 나서야 알았다.
“머리가...”
서정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항암치료 하면서 다 빠졌어요. 이제 다시 자라고 있으니 괜찮아요. 점점 더 길 거예요.”
서정희는 아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미리 가발을 썼다.
“이제 별로 티가 안 나죠?”
그녀의 순수한 미소는 지한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헤어진 세월 동안 그녀는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지한은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
“방 안에 건빵이 있어요. 이번에 급하게 도망치느라 먹을 것을 못 샀으니 우선 이거라도 좀 먹고 배를 채워요.”
건빵에 생수를 마셔도 서정희는 너무 만족했다.
“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