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3장

진아영은 경호원을 째려봤다. “내가 바보로 보여? 이 정도까지 번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진아영 같이 성격이 강한 사람을 경호하게 된 경호원은 온갖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서정희는 전화 저편에서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급히 물었다. “아영아, 너 지금 어디야? 누구랑 말하고 있어?” 진아영은 서정희가 어떻게 부활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인생이 무료하다는 느낌이 순간 사라졌다. 적어도 서정희가 자신을 위해 걱정할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온 지 얼마 안 되는 경호원과 얘기하고 있어. 정희야, 너 모르지. 네가 떠난 뒤로 나 엄청 잘 나가. 외출할 때 복근이 탄탄한 경호원까지 거느리고 다녀.” “네 목소리를 들으니 다행이야. 네가 잘 지내지 못할까 봐 많이 걱정했어.” “내가 잘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지. 지금 커다란 별장에, 고급 차까지 끌고 다니면서 상류층 생활을 누리고 있어.” 웃으면서 말하는 진아영이었지만, 서정희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 울고 있는 거지?” 하늘에서 눈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진아영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더니 애써 웃으면서 답했다. “네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뻐서 우는 거잖아. 왜 울어도 안 돼?” 경호원은 그 틈을 타서 얼른 진아영을 끌어내렸다. 그러자 그녀는 눈이 두껍게 쌓인 바닥에 주저앉았다. 분명 주변에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그녀는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정희야, 보고싶다.” 서정희는 진아영의 상황을 모르다 보니 진짜 너무 기뻐서 우는 줄 알았다. “그럼 우리 자주 만나던 곳에 봐. 너한테 보여줄 서프라이즈가 있어.” “알았어.” “너 언제쯤 도착할 수 있어?” “30분? 아니다. 한 시간은 돼야 될 거 같아. 좀 가꾸고 나가야지.” “알았어. 한 시간 뒤에 봐.” 진아영은 전화를 끄고, 경호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물었다. “나 지금 상태 어때 보여?” 경호원은 솔직히 답했다. “화려한 귀신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