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7장
서정희는 얼마나 오래 잤는지 모르지만 드디어 잠에서 깼다. 사지가 욱신욱신 쑤셨다.
그런데 어느 한 부위가 시원한 느낌이 들어 이불을 젖혀보니, 이미 편한 잠옷으로 바꿔 입은 상태였다.
이불 안에서 은은한 향이 풍겼고, 남자는 이미 그녀의 몸을 다 씻어주고, 은밀한 곳에 약까지 발라줘서 부어오르는 듯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서정희는 어젯밤의 일을 회상하자 얼굴이 빨개졌다.
앞으로 성훈 씨를 어떻게 대하지?
주변에는 임성훈의 그림자가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이 머물렀던 방이 아니었다.
게다가 배 위에서 느꼈던 흔들거림도 없었다.
이건 육지다.
그런데 잠 한 번 자고 일어났더니 육지라고?
서정희는 낯선 환경을 조심스레 관찰했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민경이는?
그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 자신의 허약하고 피곤한 몸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기에 내리자마자 넘어졌다.
다행이 카펫이 깔려 있어서 상처를 입지 않았다.
방안에서 인기척소리가 들리자 민경의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민경은 방안으로 달려왔다. 딸에게 아무 일도 없는 걸 확인하자, 서정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민경을 한 바퀴 돌려서 상처가 없는지 살폈다.
서정희의 머리는 여전히 흐리멍덩했고, 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는 너무도 많은 의문이 생겼다.
그녀는 침대를 짚고 천천히 일어서서 숨을 돌린 후 민경의 손을 잡고 문을 나섰다.
문이 열리자 서정희는 깜짝 놀랐다.
하늘에서 눈이 흩날렸다. 익숙한 환경, 익숙한 온도였다.
서정희는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어찌 형용할지 몰랐다. 눈에는 눈물이 이미 고였다.
“엄마?”
민경은 서정희가 왜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지 몰라서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서정희는 눈물을 훔쳤다. 드디어 A시에 돌아왔다.
그녀가 태어나서 자란 곳.
어떻게 돌아올지 걱정됐는데, 잠에서 깨어나자 A시에 도착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1년 간 발생했던 일들이 꿈만 같았다. 기억 상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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