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6장

고용병들은 싹쓸이한 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날이 밝을 무렵,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서정희는 다른 곳으로 이미 이전됐다. 염정훈은 씻은 후 방문을 열었다. 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며칠 간 울적했던 마음을 달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머물렀던 층 외에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떠났고, 소수의 사람들만 남았는데, 모두 염정훈의 사람들이었다. 수백 명의 경호원들이 두 손 두 발이 묶인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조유진은 진영이 손에 힘을 풀자, 바로 아래층으로 뛰어갔다. 레스토랑, 수영장, 명품 가게, 오락 장소 모두 폭탄 맞은 듯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프론트로 걸어갔다. 아무 일 없을 때에는 이곳에서 술을 만들어 마시는 것이 그녀의 낙이었다. 마치 하나님이 되어 타인의 희노애락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명품 술들은 놈들이 몽땅 가져갔고, 값지지 않은 술들은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그녀는 한걸음씩 걸어가더니 반병 남은 과일주를 주워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술병은 비워졌고, 그녀의 눈빛에서 절망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갑자기 깨진 유리조각으로 자신의 대동맥을 명중하여 힘껏 그었다. 크루즈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이 자신이었기에 어디로 도망치든 보스는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딱히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고, 그녀는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죽음으로 죄값을 치르는 것만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순간 펑 소리와 함께 총알 하나가 그녀가 쥐고 있던 유리조각을 저격했다. 그녀는 팔이 마비됐고, 따라서 유리조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조유진이 뒤돌아보자, 염정훈이었다. 그는 총을 거두고 느긋하게 걸어왔다. 아래위 정장 차림을 한 그 남자는 주변 환경이 어떠하든 광환이 저도 모르게 생겨, 그녀는 시선을 옮길 수가 없었다. “당신 대체 누구야?” 조유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물었다. 이 남자는 여태 진면모를 보여준 적 없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에게 홀딱 반해 이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