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8장

하위현의 말을 얼핏 들어보면 빈틈없었다. 다만 서정희는 의문이 들었다. 이건 6억, 60억 정도가 아니고, 600억이었다. 게다가 당시 경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터, 분명 600억 이상의 돈을 빌렸을 것이다. 임성결의 가정 배경이 좋은 건 알지만 필경 의료 세가이기 때문에 백 억 정도의 유동 자금을 그렇게 쉽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임성결과는 애인 사이도 아니고, 그저 친구 사이인데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준다고? 그리고 고용병을 연락할 수 있는 인맥도 있다고? 이건 임성결의 능력 문제가 아니고, 임성결이 생각해낼 방법이 아니다. 다만 임성결 외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따로 없잖아. 그렇다고 염정훈일 수는 없을 거고...... 염정훈이 떠오르자 서정희는 얼른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 사람은 분명 아프리카에 있고,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한들 여기까지 올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염정훈이었다면, 애당초 자신을 데려갔을 것이다. 자신과 아이를 이렇게 밖에 둘 리가 없을 것이다. “맞습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정희 씨는 모를 거예요. 저와 성훈이 형이 엄청 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돈을 모았어요. 임 선생님도 급하게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렸어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희 씨를 구하지 못했을 거예요.” 서정희는 덜컹했다. “그렇게 큰 금액을......” “임 선생님은 참 믿을 만한 분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보냈어요. 그 상황에서 정희 씨가 만약 다른 사람한테 경매로 넘어갔다면 아예 구하내지 못했을 거예요.” 하위현은 당일 밤 상황을 생동하게 설명했다. 서정희는 자신이 누구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호화로운 크루즈가 쓸모없는 철 덩어리가 되었다는 사실과, 배 위의 사람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특히 복수심이 유별한 염정훈이 당일 밤 서정희에 대해 더러운 발언들을 했던 사람들을 일일이 응징했다. 그래서 다들 크루즈에서 내려 두 주 정도는 아예 걸어 다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