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5장

따뜻한 아침햇살이 잔잔한 바다 위로 쏟아져 빛을 냈다. 하룻밤의 긴 소란 끝에 배도 고요함을 되찾았다. 마치 나뭇잎 한 잎이 바다 위에 떨어진 듯 했다. 어젯밤은 손님들에게는 악몽같은 밤이었다. 배 위의 모든 시설이 파괴되었다. 현금인출기는 볼품없이 깨져 있었다. 도박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현금을 쓸어갔다. 가져갈 수 없는 물건은 부수거나 망가뜨렸다. 갑부들은 하나같이 벌거벗고 있었고 도박꾼들은 돈을 다 잃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 못했다. 이럴 때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영은 조유진을 끌고 높은 곳에 올라갔다. 혼란스러운 장면을 본 조유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울부짖었다. “그만. 그만 좀 멈춰!” 그녀는 자신의 일시적인 욕망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몇 년 동안 배에서 대가리 행세를 하는데 익숙해졌다. 사장이 없을 때는 자신이 하늘인 줄 알고 제멋대로 굴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을 줄은 몰랐다. 사장님의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을 자신으로 인해 망치게 생겼다. 조유진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이렇게 부탁 할게요. 제발 멈춰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차라리 절 죽이세요. 절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는데 이 배만큼은 망가뜨리지 마세요.” 이제 와서야 자신이 건드린 사람이 거물급이란 것을 알아챘다. 자신의 뒷배 세력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강자가 규칙을 만들고 생사를 결정한다. 진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봐준 적이 있었나? 너와 조용히 합의를 하려고 했었지. 넌 기회를 줬어?” “저…” 조유진이 바닥에 주저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영이 가면을 쓴 채 비웃었다. “아니. 없었어. 네 마음속엔 오직 복수 한가지 뿐이었지. 죄 없는 사람과 아이들까지 가만두지 않고. 그거 알아? ” 진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형님이 네가 여자여서 이정도로 봐준 줄 알아. 적의 칼로 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