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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따뜻한 구기자 물이 그녀의 앞에 놓여졌다. “못 마시겠으면 마시지 마. 감정에 사람이 다치고 술은 몸이 상해. 아가씨가 술은 뭔 술이야. 위 따뜻해지게 따뜻한 물 마셔.” 백경택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마치 큰오빠처럼 그녀의 신분을 알고서도 유난히 잘 챙겨주었다. 서정희가 백경택을 향해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짓고 감사 인사를 내뱉기도 전에 염정훈의 눈빛은 더 차갑게 식었다. “아직 두 잔 남았어.” 염정훈이 차갑게 귀띔했다. 백경택은 염정훈이 서정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알고 있어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가끔은 일이 너무 커지면 사람이 다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다치는 법이었다. “그래.” 서정희는 망설임 없이 술잔을 들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장군처럼 결연함을 담아 다시 한 잔 들이켰다. 술이 두 잔째 들어가니 마치 장을 뚫는 독약같이 느껴졌다. 술기운이 너무 빠르게 올라 서정희의 몸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그대로 테이블에 넘어질 줄 알았던 서정희는 예기치 못하게 남자의 품에 안겨버렸다. 부추기는 소리를 들으며 서정희는 염정훈에게 안긴 채 빠르게 룸에서 벗어났다. 서정희는 아직도 멍한 정신으로 말했다. “술, 아직 한 잔 남았어” 그대로 차 뒷좌석에 내동댕이 쳐졌고, 염정훈은 분노 어린 눈빛으로 서정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서정희, HE 무슨 수작질이야? 아직 더 연기할 게 남았어?” 내동댕이 쳐진 서정희는 머리가 다 어지러웠지만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뒷좌석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뻗어 염정훈의 옷자락을 잡고는 사탕을 달라는 아이처럼 애원했다. “우리 아빠 수술할 수 있게 레오를 찾아줘. 아빠가 진 빚은 내가 다 갚을게.” 염정훈은 시선을 내리 깔며 취기가 오른 서정희를 쳐다봤다. 창백한 얼굴에도 붉게 홍조가 올라 있었다. 서정희는 분명 어쩌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때리든 죽이든 짓밟든 다 나한테 풀어, 염정훈… 나 가족이라곤 아빠밖에 없어. 제발 아빠는 놔줘.” 염정훈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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