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서정희에 대한 염정훈의 기억은 며칠 전 죽을 자신에게 던지던 모습에 멈춰있었다.
분노하고 화풀이를 하는 게 마치 화가 난 고양이같았다.
지금처럼 날카로운 모든 면을 거둔 채 옆에 서서는 어쩔 줄 몰라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염정훈의 시선 아래 서정희는 불편한 마음을 누르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코웃음을 친 염정훈은 다리를 꼬며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서정희, 오늘은 또 무슨 수작이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한주원이라는 재벌 2세도 나름 눈치가 있는 편이라 서정희를 대하는 염정훈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다가왔다.
“여기서 염 대표님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 아가씨, 부탁을 하면서 이렇게 성의가 없어서야 쓰나. 얼른 대표님께 불 붙여드리지 않고 뭐해.”
서정희는 재촉에 못이겨 염정훈의 곁으로 다가왔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는 염정훈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나른함이 느껴졌다.
최근 2년 동안의 냉담함과 날카로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동안 그는 젠틀했으며 서정희의 앞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지 않았었다.
지금처럼 셔츠 단추를 두어개 풀어헤친 적도 없었다. 머리 위의 어두운 불빛은 그의 얼굴을 더욱 그윽하게 만들고 남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서정희는 라이터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염정훈의 그윽한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염정훈이 어떻게 생각할 생각도 없이 한쪽 다리를 굽혀 소파에 꿇은 서정희는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마치 그녀와 염정훈의 신분처럼 그녀는 자세를 낮추는 수밖에 없었다.
불빛이 염정훈의 잘난 얼굴에 일렁거렸다. 시선을 내리깐 염정훈의 입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냉소가 걸렸다.
“7층에서 뛰어내리는 한이 있어도 내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서정희도 서제평에게 갑자기 일이 터질 줄은 예상도 못했다. 식언이 폭풍처럼 빠르게 찾아왔다.
염정훈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더 생각하기도 귀찮아진 서정희는 허리를 더 낮게 굽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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