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그 말은 유난히 귀에 거슬렸지만 서정희는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염정훈을 밀어내던 손은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염정훈의 손은 이미 그녀의 패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안에는 니트였고 니트 안에는 패딩 조끼, 또 그 안에는 보온 내복이 있었다.
염정훈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할머니야? 이렇게 많이 입게?”
서정희는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추위 타서 그래.”
이내 염정훈은 한가지 깨달았다. 분명 이렇게 많이 입었는데도 뚱뚱해 보이지 않는 거라면 도대체 얼마나 마른 걸까?
염정훈의 손이 서정희의 피부에 닿자, 등 쪽에 손이 배길 정도의 뼈가 느껴졌다. 마치 오직 얇은 거죽만 있는 듯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마르게 된 걸까?
염정훈은 방금 생겨나던 욕망이 전부 사라지다 못해 알 수 없는 죄책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서정희도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어 짜증스럽게 그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를 쳐다봤다.
“나한테 이러는 거, 백지연이 알까봐 걱정도 안 돼? 잊지 마, 우린 이미 이혼햇어.”
염정훈의 차갑고 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랑 지연이의 일에 네가 이래라 저래라할 자격은 없어. 네 방금 제안 받아주지. 앞으로 네가 네 아버지 대신 갚아.”
서정희는 서둘러 물었다.
“그럼 레오는…”
“찾아줄게.”
염정훈의 확신을 듣자 서정희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염정훈의 시선은 마치 갈고리처럼 서정희에게 걸려 있었다.
“그러고 넌, 내가 필요로 할 때 부르면 언제든 와야할 거야.”
서정희는 염정훈이 한 말이 믿기지 않았다.
흔들리는 서정희의 눈빛 속에서 염정훈의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더니 조롱과 경멸이 섞인 목소리가 드렬왔다.
“내가 뭔가를 깨달아서 말이야. 난 아직 네 이 몸에는 욕구가 남아있는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널 만질 때면 넌 죽기 보다 싫어하잖아.”
염정훈의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은 서정희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널 괴롭힐 방법이 뭐가 있겠어? 그렇지?”
서정희는 위가 뒤집어지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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