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5장

요즘 염정훈은 몸이 많이 좋아졌지만 기침이 자주 났다. A시에 곧 도착할 시간이 되자 진상정과 진영도 몰래 배에서 먼저 내렸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 그동안 배에서 사인한 계약서를 회사에 보내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정희가 배에서 내려도 의심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했다. 그렇게 매일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위현은 평소대로 매일 서정희에게 음식을 배달해 주었다. 하지만 날이 곧 밝아올 무렵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사건이 갑자기 터졌다. 누군가가 염정훈의 방문을 두드렸다. 방 청소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시간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정희일까? 염정훈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다. 염정훈이 눈짓을 하자 하위현이 바깥을 내다봤다. “아무도 없습니다.” 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보니 아무도 없이 문 앞에 상자만 놓여 있었다. “이상하네? 설마 직원이 작은 선물이라도 보낸 건가?” 호기심에 상자를 연 하위현은 깜짝 놀라 상자를 떨어뜨렸다. “큰일 났어요. 대표님! 사모님과 아가씨에게 일이 생겼어요!” 이 한마디에 화상회의를 하고 있던 염정훈은 급히 로그아웃했다. 이어폰을 빼고 컴퓨터를 끈 후, 자리에서 일어나 하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하위현은 성큼성큼 걸어가 염정훈의 앞에 상자를 내밀었다. “대표님, 보세요.” 상자 안에는 사진 두 장과 토끼 인형 한 마리가 있었다. 사진 속 민경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잠옷 차림으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다음 사진은 서정희가 쇠파이프에 밧줄로 묶여 있었다. 그날 밤, 염정훈이 조유진을 묶은 모습과 똑같게 말이다. 빌어먹을! 염정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상대가 여자인 것을 보고 더 혼쭐을 내지 않고 그나마 그 정도에서 끝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지금 서정희를 노리다니! 한 번 가만히 내버려 둔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굳이 지옥을 찾아가겠다는 뜻이지? “사람 찾아! 따라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