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4장

얼마만큼 아름답냐면… 메이크업도 파운데이션도 립스틱도 다 필요 없을 정도였다. 하얗고 뽀얀 피부에 빨간 입술, 까만 눈썹과 오뚝한 코, 이목구비가 자연스럽고 입체적이었다. 서정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같은 여자인 조유진은 이 모습조차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여자를 봤지만 서정희와 민낯을 겨룰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어쩐지 온 힘을 다해 그 남자를 꼬셔도 거들떠보지 않더라니... 이런 진수성찬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반찬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조유진은 손을 뻗어 서정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예쁜 얼굴이야.” 자기를 바라보는 여자의 흠뻑 취한 눈빛에 서정희는 이 사람이 자기의 목숨을 노리고 온 것은 아님을 알았다. 그녀를 죽이러 온 이전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목적이 뭔데? 돈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얘기해. 대신 아이를 풀어줘.” 염정훈과 이혼할 당시 서정희의 수중에 2000억 원이 있었고 매년 회사의 주식 배당금과 염정훈이 예전에 준 돈까지 합치면 계좌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염정훈에게 들킬까 두려워 감히 쓰지 못했지만 딸이 사고를 당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었다. “그래? 입심이 꽤 크네? 얼마를 줄 건데.” 서정희도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 여자는 분명 서정희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정희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 여기까지 생각한 서정희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금액을 말했다.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야 가격을 올릴 것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0억.” 납치범에게 이 숫자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조유진은 손을 뻗어 서정희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솔깃하기는 하지만 나는 돈에 별로 관심이 없어. 어떡하지? 탓하려면 너의 그 남자나 탓해.” 순간 서정희는 어리둥절했다. 아프리카에 있는 그 남자? “사람을 잘못 본 거 아니야? 내 전남편은 아프리카에 있어. 연락 안 한 지도 벌써 몇 년 째인 지 몰